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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미술 순례 - 서경식

판단중지 2012. 1. 29. 22:13
나의 서양미술 순례 - 8점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창비(창작과비평사)

이 책은 기존의  서양 미술 이야기들과 좀 다른 느낌이다. 그 이유는 보통은 화가나 사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이 책은 책의 제목보다는 저자의 산문집같은 느낌을 더 강하게 준다. 그리고 미술 순례라기 보다는 미술관 혹은 박물관 순례라고 하는 편이 더 맞지 않을 까 싶다. 

그러니깐 산문집인데 그림의 화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그보다는 미술관 혹은 박물관을 가고 거기서 그림을 보는 것이다. 물론 유명한 화가들이나 조각가들의 작품도 보지만 그보다는 거기에서 숨겨진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준다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서양 미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정리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여행을 가게된 데에는 우리 현대사의 아픈 부분이 같이 작용한다.  바로 재일교포였던 저자의 두 형이 70년대에 서울대로 유학와서 유학생 간첩사건으로 투옥되었고 이로 인해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시게 된 계기가 되는 것이다. 내가 김두식교수의 헌법의 풍경을 읽을 때였던가 서승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 이름은 죽일 듯한 고문에 못 이겨서 난로를 껴안고 죽으려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 데, 바로 서승이 저자 서경식의 형인 것이다. 

이런 아픔들과 상념들이 책에 은연중에 깔려져 있다는 생각이 난 들었다. 그러니깐 왠지 모를 그런 기운같은 거 있지 않나? 왠지 모를 불안함과 슬픔 ..그런 것들 말이다. 잊어버리기 위해서 낯선 곳으로 떠나서 그것을 기억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다른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그런 느낌 말이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다시 돌아서서 그것을 마주해야 한다는 슬품같은 것이 여기에 깔려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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