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 통영 봄날의 책방
지금이야 대부분 인터넷으로 책을 산다. 그러나, 불과 10년 전쯤에는 인터넷으로 책을 다들 사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 비율은 최근 5-6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늘어났다. 동네 서점이라고 할만한 서점들은 이제 중고생의 학습지나 문제집을 대부분 팔고 있다. 그마저도 내 생각엔 다시 한 5-6년이 지나면 인터넷 서점이 잠식할 것이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오래전에 후배와 전자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다. 전자책 시장이 도래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사람들이 책을 사서 보는 이유는 책이 주는 촉감과 냄새, 줄을 긋고, 보관하고 꺼내보게 되는 일련의 과정 즉 책에 대한 경험을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공감을 하는 바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 종이가 없어질거라고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90년대 초반의 웹이 지금에 이르러 활성화되고 웹 브라우저를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고, 이메일을 통해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신문이나 우편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이유와 같다.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것이 강조되는 것이 현실이다.
음악의 예를 들어보아도 사서 보관하고 듣던 것에서 이제는 스트리밍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네트워크라는 인프라가 음원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 기술의 발전이 사회적 발전을 이룬다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반면에 그것과 멀어지는 극단적인 계층도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소유에서 공유라는 개념으로 넘어가는 이 와중에 얼마전에 읽은 기사에서는 CD는 판매가 감소하고 있지만 LP는 오히려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따라서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양극단으로 나뉘어서 계층이 자신의 문화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부르디외가 이야기했다는 문화적 취향이 계급의 특질을 정의하게 되는 성향이 더 여기서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 이 이야기는 내가 직접 읽은 책이 아니라 사회학을 전공한 동생에게 들은 이야기이며 한병철의 책에서도 나온 이야기이다.
당장 우리가 음악적인 취향에서도 알수 있듯이 특정계층은 클래식 혹은 재즈를 선호하고 선민의식을 가지고 록/힙합을 듣는 계층을 멸시한다. - 이건 내가 직접 겪은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다시 서점이야기로 돌아와서 보면 음악과 마찬가지로 네트워크에 기반한 인터넷 서점이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문제는 앞서 경험한 독서 경험이라는 부분이 작아지게 된다. 우리는 단지 책을 주문하는 것이지 서점에서 책을 보고 이 책의 디자인과 질감, 내용 등등을 따지고 사지 않게 된다. 그냥 서점이 게시하는 정보를 보고 책을 주문한다.
물론 나도 인터넷 서점을 잘 이용한다. 그러나, 지금은 될 수 있으면 서점에 가서 책을 보고 구매하려고 한다.
그런데, 지방 소도시에서는 정말 서점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찾아보려고 해도 진짜 없으며 팔아도 문제지/참고서/학습지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점 유지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전에 방문한 남해의 봄날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서점을 보고 "아, 동네 서점이 이러면 살아남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은 이유는 아주 작은 서점임에도 불구하고 이 서점이 가지는 매력이 있다. 다른 서점이 그냥 깔아놓은 것이 아니라 책방지기가 나름대로 선정한 책들을 서점에 가져다 놓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진에 대해서 존 버거의 책들을 쭉 가져다 놓았고, 책방지기가 이 책을 가져다 놓은 이유들에 대해서 짧게나마 이야기를 해준다. 왜 이런 책을 가져다 놓았고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고 다른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이야기를 해주고 추천을 해준다. 일반적인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볼 수 없는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동네 서점이 갈 길을 잘 찾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방지기와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나누고 그러다가 보면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서점은 통영의 전혁림 미술관 바로 앞에 있다. 그래서 전혁림 미술관을 보고 서점을 들리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서점은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는 데, 각 방은 통영의 이미지 등을 잘 담고 있으니 하룻밤 잠을 청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