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양장) | 아고타 크리스토프
전쟁과 혁명의 혼란, 그리고 그 안에서 파괴되는 인간성을 도발적으로 다룬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대표작. 작가는 서로 모순되는 현상들과 인물들을 서로 뒤얽어서 이미지를 조작한다. 이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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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얼마 전에 꼭 읽어보길 권하신 분이 있어서 읽게 되었다. 책은 3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비밀노트/타인의 증거/50년간의 고독이라는 3개의 장이다. 책을 읽기 전에 들은 이야기는 원래 각각 발표되었던 것이 나중에 연결되어서 한 권으로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처음 책을 보고서 두께에 좀 놀랐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책 안의 활자크기와 몰입감이 있어서 금방 잘 읽히는 그런 소설이다.
이야기는 헝가리를 배경으로 얽혀져 있는 두 형제의 이야기이다. 쌍둥이 형제는 불가피하게 전쟁과 같은 이유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것은 내가 원한 삶이 아니고 주어진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는 데, 사실 우리는 그냥 주어진 환경에서 내 나름의 이유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것이 합당한 이유이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순간순간 선택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하루하루 살아갈 뿐인데 말이다. 이야기가 약간 다른 데로 흘렀지만, 소설의 이야기는 전쟁 안에서 부모가 죽어가고 그들의 죽음 위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버둥거리고 국가를 탈출하여 형제는 떨어져 살지만 50년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났을 때 서로를 부정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였던 거 같다.
책은 1장/2장과 3장은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서 다 이야기를 하면 스포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정말 반전이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머리속에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 있지만 이 책은 분명히 읽어보고 다시 한번 곱씹어볼 만 것들이 있다
이 이야기안에는 우리는 과연 살아남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때로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이야기가 나오지만 사실은 그냥 살아간다는 것 외에는 다른 커다란 의미가 있을까? 살아남기 위해서 한 행위 그 이상의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져서 지낸 아주 긴 시간이 지나면 같은 형제라도 결국은 깊은 계곡이 생겨서 서로의 상처들을 더 이상 보기가 힘들어서 보게 되더라도 부정하는 것인가? 그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80년대 초반에 KBS에서 이산가족 찾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해방과 6.25로 서로 떨어지게 되어서 소식을 모르고 지내던 사람들이 가족들을 찾으려고 방송에 나와서 찾던 그 프로그램이다. 이 것을 보면서 유럽의 정서와 우리의 정서는 또 다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아니면 케이스마다 다르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어린 시절에 동네의 어르신 한분은 혈혈단신으로 6.25 때 이북에서 내려와서 살고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당 프로그램에 나가서 가족을 찾기도 하고 하루 종일 TV앞에 앉아서 자기를 찾는 가족들이 있을까 들여다보고 있다는 계셨다는 이야기를 부모님을 통해서 들었다. 그분은 불행하게도 가족을 못 찾았고 이내 포기하신 거 같았다. 나는 어떨까? 50년이 지나서 가족을 만나면 말이다. 그냥 잘 지냈냐고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말로만 편하게 하는 것인가?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형편이 어려워서 해외입양을 보낸 여자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한국어는 전혀 못하는 상태로 부모를 찾은 이후에 벌어지는 여러가지 이야기들도 우리에게는 있었다. 이게 잘 풀리면 좋은 데 때로는 한국의 형편이 어려운 가족이 성인이 된 입양가족에게 도움을 바라는 상황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은 책 내용과 다르게 가지를 뻗어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