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문 - |
매년 문학사상사에서는 이상을 기려서 단편을 선택해서 연초에 상을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실 몇 년간 이 책을 사지 않은 적이 있었다. 소설을 거의 읽지 않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책을 많이 읽었냐고? 그건 또 아니다. 내가 사실 이 책을 산 것은 박민규때문이다.
그가 쓴 첫번째 장편이었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정말 대단히 멋진 소설이었다. 그 루저 정신은 정말 마치 너바나의 음악을 다시 듣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그 후의 다른 소설 – 핑퐁-은 사차원적인 냄새를 물씬 풍겨내었다.
내가 이 소설가를 주목하게 된 것은 이 작가가 조금씩 변화하고 초반의 자세에서 진화하고 삶에 대해서 진지함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책에 실린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내가 그동안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으면서 – 사실 그 동안 잘 읽지도 않았지만 – 기억나는 것은 김훈의 화장과 윤대녕의 천지간 정도였는데 박민규의 아침의 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중반까지는 정말 이거 또 약간 사차원+루저로 가는 것인가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종반으로 갈수록 삶에 대해서 고민하는 냄새를 풍기더니 죽으려는 자가 죽지 못하고 죽음을 스스로 맞이하려는 순간에 오히려 새로운 생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런 기막힌 상황을 연출하는 소설인데, 이 이야기는 아주 그 구성에서 대단히 흥미롭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상문학상 수상집의 강점은 그것이다. 전년도의 좋은 단편을 한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몰랐던 소설가들의 이야길 접하게 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소설가의 이야기들을 다시 더 읽게 만들어주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박민규의 소감문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문학적 자서전 – 자서전은 얼어 죽을" 이라고 적혀 있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2) | 2010.02.22 |
---|---|
페다고지 – 파울루 프레이리 (0) | 2010.02.17 |
쉡텀버 이슈 - R J 커틀러 (0) | 2010.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