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문학과지성사 |
일단 책의 두께는 얇다. 책안에는 두 개의 철학적인 에세이가 있다. 제목과 같은 피로사회와 우울사회가 있는 데, 우울사회는 피로사회를 보충하기 위한 성격의 문서로 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 실은 거의 같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 싶다.
이 글의 내용들이 2010년 독일 사회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듯 싶다는 생각이다. 근대 철학의 중요한 위치를 점했던 많은 철학자를 낳았고 또 기르고 있는 곳이라서 비교적 그 기반이 탄탄하여 화제가 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시대에는 그 시대마다의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에서 근대의 규율사회에서 현재의 성과사회로 이동하면서 자기 착취를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근대의 규율사회에서는 타자가 자아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성에 기반하여 면역학적인 반응 - 거부 반응이 주류를 보인다면, 현대의 사회에서는 그것을 넘어서 긍정적인 동질성에 기반한 합의의 폭력에 시달리면서 스스로를 착취하고 그것에 대해서 끝도 없이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보았다. - 완결하지 않고 미완이라야 착취는 영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결국은 이러한 것이 피로를 가지고 왔고 그 피로를 이기기 위해서 끝에는 약물을 이용하여 넘어서는 도핑사회로의 이야기도 하고 있다. 도핑사회로 간다는 것은 결국은 인간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과 같으므로 책에서 언급한 니체가 말한 중단적 본능을 작동시켜야 하는 것이다.
중단하지 않는 인간의 삶이란 결국 활동적 삶일 것인데, 이는 곧 그 완결을 보여주지 않는 그런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색적인 삶으로의 회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우리의 자아는 살아남기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있다. 물론 이것이 자본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속성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행복이 우선이 아니라 생존에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기계적 반복 노동을 하고 생각하지 않는 삶이란 결국은 스스로를 호모 사케르로 만들뿐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이렇게 평가할 것이다. 호모 리베르라고 말이다. 난 자유로운 인간이라고 말이다.
"거친 노동을 좋아하고 빠른 자, 새로운 자, 낯선 자에게 마음이 가는 모든 이들아, 너희의 부지런함은 자기 자신을 망각하려는 의지이며 도피다. 너희가 삶을 더 믿는다면 순간에 몸을 던지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너희는 내실이 부족해서 기다리지도 못한다. - 심지어 게으름을 부리지도 못하는 구나!"
- p112.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인용 부분
뱀다리
- 역자 후기도 읽어보면 압축적으로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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