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정기용(66세)은 척박한 한국 건축문화의 문제점을 설파하고 이 땅에서 건축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쳐왔다. 한국 현대건축의 2세대에 속하는 대표적인 건축가인 그는 전북 무주에서 12년 동안 진행한 공공건축 프로젝트와 전국 6개 도시에 지은 어린이 도서관인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 등을 통해 건축의 사회적 양심과 공공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언제나 열정적인 말로써 한국의 건축 제도를 개선하고 대안적인 건축 철학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 지식인이다. 또한 쓰레기를 양산하는 현대 건축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흙을 이용하는 건축 방법을 고민했다.
현재 정기용은 건강이 좋지 않다. 5년 전 설계차 들린 병원에서 대장암 판정을 받고 11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그는 퇴원 후에도 일을 멈추지 않는다. 암치료의 부작용이 낳은 성대결절로 인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정기용. 말을 전하기 위해 마이크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는 말을 멈추지 않는다. 부산시 공무원들과 함께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답사하던 정기용은 무주 등나무 운동장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된 것을 보고 불 같이 화를 낸다.
그러던 어느 날 정기용은 서울 광화문 일민 미술관으로부터 단독 건축전 개최를 제안 받는다. 정기용은 이 건축전을 준비하면서 평생에 걸쳐 쌓아온 성과물을 보다 폭넓은 대중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그러나 전시 준비 과정은 순탄하지가 않다. 일민미술관 측과 정기용의 전시 준비 팀은 전시 규모와 내용을 두고 갈등한다. 시간은 흐르고 정기용은 몰라볼 정도로 수척해진다. 죽음을 앞둔 정기용은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과 집들을 되돌아보면서,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나간다. <말하는 건축가>는 그의 마지막 전시 준비 과정을 축으로 그의 삶의 궤적, 그의 건축 철학과 작업, 그리고 죽음에 직면한 한 인간의 예민한 심리를 포착한다.
줄거리와 포스터는 Daum에서 가지고 온 것이다. 죽어가는 건축가의 이야기이다. 면사무소에 목욕탕을 만든 건축가의 이야기인데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주변과 연결되는 공간에 대해서 고민했던 건축가의 이야기이다. 비주류건축가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어쩌면 죽음에 직면한 한 건축가가 아닌 철학자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닌가 한다. 빛과 공간, 쓰임들..
회화는 그 것을 보기 위해서 직접 가야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공간은 매일 사용하고 쓰인다. 그런데, 단지 건축가들이 업자로만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 건축가는 건축전을 통해서 깨고 싶어한다. 그들은 공간과 빛을 고민하는 사람들이고 철학자들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간을 업자에게 맡기면 그들은 그 업자스러움으로 우리에게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이고, 그들에게 그 공간의 쓰임새와 빛의 연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그러한 공간이 나올 것이다. 닭장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보다는 빛이 집 구석구석을 감싸고 흙이 있는 곳이 좋지 않을까? 살 곳이 필요한 것이지 돈이 얼마나 오르는 지 관심있지 않다.
안 보신 분들은 이 영화 보셨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권해드린다. 이런 다큐 흔치 않다. 더구나 죽음에 직면한 한 사람의 이야기라면 더더욱 말이다. 상영하는 데는 아래 카페를 참고하면 된다.
http://blog.naver.com/talkingarch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시마- 폴 슈레이더 와 어메이징하지 않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0) | 2012.07.01 |
---|---|
건축학 개론 (0) | 2012.04.08 |
치코와 리타 (0) | 2012.04.08 |